그날의 커피향은 오늘도 입가에 머물고
시/한영남
그게 아마 꽤나 아름다운 커피였나봅니다
비도 없이
축축한 날
괜히 기분이 울적해가지고
우리는 말없이 마주 앉아
달아오른 커피를 마시고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커피숍에는 손님들이 없고
오로지 우리 둘만을
위해
서비스가 따끈히 데워지고있었습니다
농밀한 이국풍의 커피는
우리의 사연에는
상관없이
자기의 향을 피워올리기에만 열심하였고
우리는 커피를 약처럼 홀짝이고있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낮게 드리운 구름보다 더 무거웠고
무슨 말인가가 꼭 필요한것 같았는데
그 무슨 말인가를 우리는 끝내 서로 하지 못했습니다
드디여 커피를 깔축하게
마셔버리고
우리는 일어섰만
우리는 밖에 나왔지만
우리는 서로의 갈길을
갔지만
우리가 바라던것은 그게 아닌듯싶었습니다
한참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그 순간
당신도 나를 돌아보고있었습니다
일분인가 십분인가 그렇게 섰다가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다시 돌따서서
갈길을 갔습니다
그때 갑자기 입가에 묻은 커피가
자지러진 향을 피워올리고있었습니다
지금도 문득문득 떠올라서 바보스런 나를 비웃는
그날의
커피향
그날의 커피향은 아름다웠던가봅니다
시인 한영남은 내가 흔상하는 몇분의 중국조선족시인중의 한사람이다.
사십초반의 나이지만 너무나 젊고 산뜻한 시들을 수두룩 창작하고 있는 시인이다.
몇년전에 "그날의 커피향은 오늘도 입가에 머물고"라는 시를 읽어본적이 있는데
한 남자와 한 녀자의 말못할 한숨소리가 그윽한 커피점의 어느 한구석의 이미지가
눈앞에 영화처럼 떠올라
그 커피향이 나의 입가에도 듬뿍 머문듯한 기분이였다.
그 기분이 몇년후의 지금에도 한가득하다.
한영남시인이 다루고 있는 시의 내용은 이미
중국조선족시인들이 한결같이 다루고 있는 범위의 올가미를 뛰쳐나오고 있다
시의 느낌이 아주 부드럽고
시구조의 설계거나 시어의 조심성있는 선택
이상 모든것이 아주 유기적으로 결합되여
한영남만으로서의 시월드를 제법 만들어가고 있는것 같다.
한영남시인은 현재 중국 흑룡강하얼빈시 LIMIN개발구에 위치한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더 좋은 시들을 기대해본다.
K.JO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