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The rose

매주추천음악 | 2010/03/10 03:34 | KIMagazine

Some say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Some say love it is a razor
That leaves your soul to bleed.
Some say love it is a hunger
An endless aching need.
I say love it is a flower
And you it's only seed.

It's the heart afraid of breaking
That never learns to dance.
It's the dream afraid of waking
That never takes the chance.
It's the one who won't be taken
Who cannot seem to give,
And the soul afraid of dyin'
That never learns to live.

When the night has been too lonely
And the road has been too long,
And you think that love is only
For the lucky and the strong,
Just remember in the winter
Far beneath the bitter snows
Lies the seed that with the sun's love
In the spring becomes the rose.

뉴 라이프

Cafe&tea | 2010/02/28 10:36 | KIMagazine

코스모스가 무더지로 색바래져 갈때

나는 봄처럼 따뜻하게 깃든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모든게 시작이다.

코스모스가 색바려가는것도

내가 노래를 부르는것도.

 

그리고 걷기 시작한다.

"우리 헤여지자"라는 한마디에

Cafe&tea | 2010/01/28 11:11 | KIMagazine

"우리 헤어지자…"


한마디에 모든 남자의 52%가 이유없이 내여자를 보내주고,
14%가 '왜'라는 딱딱한 반문을 하며,


8%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문자를 하던중의 상황이라면 6%가 못받은 척 삭제.


서로 마주보는 상황이라면 4%가 차이기 싫어 시간을 좀더 끌며,
내 남자가 자존심이 쎈 남자라면 5%의 남자가 욕을 하며 떠날 것.


8%의 남자가 이때다 싶어 넙죽 이별을 동감하며,
3% 중 2%의 남자가 늦은 밤 전화해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고,


마지막 1%의 남자만이 진심어린 눈물을 보인다.


 

여자가 눈물을 보일 때는
울고 싶을 때이지만,

남자가 눈물을 보일 때는

죽고 싶을 때이다.

그게 남자다!



저의 시2수가 <송화강>잡지에 발표!

IM | 2009/12/31 23:43 | KIMagazine
저의 시 2수가 《송화강》잡지11월호에 발표되였습니다.
송화강잡지웹진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by KIMagazine | 2009/09/30 20:39

  한 남자의 향기를 입에 묻힌채 그녀는 내 품에서 잠자고 있다. 분명 한 남자의 향기다. 2년전 그날밤, 난 한 남자를 만났었다. 2년후...



by Rino Kim | 2008/12/22 15:23

  때론 섹스도 고독하다 시/김혁 <?xml:namespace prefix = o /> 우린 그날 만났다. 그날밤,고독의 막을 찢어가며 그 가빴던 숨...




제11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집

문학 | 2009/12/31 16:23 | KIMagazine

 

코리안넷사이트에서 "제11회재외동포문학상수상집"(PDF격식파일)을 발표하였습니다.

 

부문

     _김효남(미국)
 
우수상  나무의 _김아영(아르헨티나)
           
대나무의 DNA_이종배(캐나다)
 
    민들레_강설령(중국)
           
크리스티 경매장 가는 _전영애(영국)
           
종이 비행기_최남규(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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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문

     _신정순(미국)
 
우수상  엄마, 미안해_김민정(일본)
          
아이야 도망가_황희(미국)
 
    어둠 속에서_ (호주)
           
알렉산드리아의 여자들_아미라 L.S.(이집트)
           
노래하는 밀라노_조민상(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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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문

     재즈 아리랑_윤종범(미국)
 
우수상  스팅키_박혜자(미국)
           
아버지_조성숙(중국)
 
    속에 피어나는 엘도라도_유금란(호주)
          
사라져가는 빨래방치 소리_천광일(중국)
          
프리데리케의 아이_천복자(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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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부문

     당신의 은신처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 엄마를 위하여_송진아(뉴질랜드)
 
우수상  _박연희(미국)
          
강은 그에게 무엇이었을까_윤영(중국)
          
_최송지(피지)
 
장려상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_김가영(우즈베키스탄)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_김고자(일본)
           
이중국적자의 딜레마(International Grey Spot)_김호연(미국)
           
우리는 사춘기!_문정희(베트남)
           
나의 친구 첼로에게_이수정(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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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부문

     우리 아빠 한국 가실 때와 오실 _안찬원(몽골)
 
우수상  영원한 숙제한국어’_김태양(호주)
           
아빠의 마음_유재원(미국)
           
나의 꿈은 식물학자_이기혜(뉴질랜드)
 
장려상  새파란 신발과 민수_김성안(중국)
           
사랑을 기다리고 평안을 기대하는 그들_김진희(우즈베키스탄)
           
우리가 체험한사랑으로 가는 ”_리승희(중국)
           
보고 싶은 천사 미래_박서연(태국)
           
신세대 신데렐라_송미령(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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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파일 첨가:

 

메리 크리스마스~

IM | 2009/12/25 18:09 | KIMagazine

 

Merry christmas!

 

그동안 저의 블로그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새해에도 더 많은 아름다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www.KIMagazine.com

2009.12.25

[新作수필]寒

자작수필 | 2009/12/16 18:38 | KIMagazine

글/김혁

    당황히 달려가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때,뒤돌아보는 낯선 얼굴을 바라보고 금시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녀가 아니였다.분명 그녀가 아닌데 미안하다는 말도 못한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림을 어쩔수 없었다.사람들이 오고가는 길중앙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에 겨우나 휘청거리며 바보처럼 나는 또 울어버리고 말았던것이다.
 
     그녀의 뒤모습을 잃어버렸다.아니,처음부터 난 그녀의 뒤모습을 기억하지도 못했고 그녀가 떠나는 날에도 난 그녀의 떠남을 모른채 혼자서 바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그동안 꿈속에 몇번이고 나타나서 항상 나를 보고 새물새물 웃었지만 내가 손을 내밀면 금시로 눈물을 흘리며 사라지던 그녀였고 한번도 나에게 자신의 뒤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그녀였다.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그녀의 뒤모습을 모르고 살아왔다.
     근데 왜서 난 지금까지 그녀의 뒤모습에 집착이 가는지 모르겠다.그것보다 그녀를 마주하기에 너무나 부끄러웠던 나 자신이 괴로워 항상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앞모습을 상상하며 사랑해왔던 내 자신이,차마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도 못한채 그녀를 보내버린 내 자신이 너무나 바보처럼 생각되여 그랬을것이다.
     그녀의 뒤모습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솔직히 나 자신도 모른다.
    
     그후 몇번이고 그녀로부터 공중전화가 걸려왔었다.떠나갔다던 그녀의 전화번호는 분명 내가 있는 이 도시에 속하는 번호였다.어디있냐고 물으면 그녀는 쓸쓸한 침묵으로 답을 주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미친듯이 울음만 반복했었다.그녀의 떠남은 나를 떠나기 위한 선택이 아니였을것이다.하지만 그녀를 손을 놓은 그 순간, 그것은 내가 그녀를 위한 선택이였다.아팠지만 아파서 어린애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선택이였지만 난 끝내 손을 놓아버리고야 말았다.그럴수밖에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활짝 개인 하늘이 어둡게 느껴졌었다.
     확실히 떠나갔다던 그녀는 분명 이 도시에 남은것이다.그녀는 그저 내 마음의 울타리를 떠났을뿐이다.모두들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나쁜 자식들!
     그녀가 지금 이 도시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것이 더는 나한테 중요한것이 아니였다.오직 그녀를 만나야 했다.가령 만나서 또 어린애처럼 눈물만 흘리며 아무말 못하더라도 그녀를 만나야 했다.살아서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을거라 자신한테 굳게 다짐했던 약속도 이젠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던것이다.그녀를 만나야 한다.그녀를 만나야 했다.
 
     생활은 계속되였다.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달이 뜨고.모든게 아무일 없었던듯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녀를 찾아 헤매는 나의 길을 길고 멀게만 느껴졌다.
     세상은 야속하다.
     근데 나는 그녀의 뒤모습을 잃어버렸다.길 중앙에서 서서 바라보면 총망히 걸어가고 있는 녀인들의 뒤모습이 모두 그녀처럼 느껴진다.아니다.어떻게 해야 하나.나는 눈빛조차 잃어버린것 같다.이건 아니다 하며 나 자신도 알면서도 난 짬이 있으면 그녀와 함께 걸어다녔던 길을 다시 찾아헤미군 했다.부질없는 일일지라도 더이상 의의가 없어도 괜찮았다.
     "나쁜 년!"
     그녀가 야속했다.야속하지 않을수가 없었다.날 떠나 행복했을까?나의 눈물을 무정하게 밟고 떠나가던 그날밤 그녀의 눈물은 어디에 뿌려졌을까?
     나는 바보가 되여버린것 같았다.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몇번이고 낯선 녀인을  따라갔던 방황도 이젠 습관처럼 되여버린것 같았다.분명 이 도시에 있는데 나는 왜 지금까지 그녀를 찾지 못할까?분명 이 도시에 있는데 그녀는 왜 날 찾지 않을까?사랑했잖아.우리 정말 사랑했잖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또 겨울이 왔다.그녀를 찾는 나의 길은 가을의 낙엽을 지나 겨울까지 뻗어왔다.올해 겨울은 너무나 춥다.추운 이 겨울날 나는 혼자서 그녀를 찾다가 지쳐 휘늘어진 골목길의 한 바에 들어갔다.
     "포기하자,사랑해도 포기하자,이 생에 그녀와 안 된다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
     절말 지쳤다.지쳐서 더는 지침이란 무엇인지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술이 불처럼 목을 태우면서 나의 심장을 지나갔지만 나는 이미 심장의 그 으스스 가냛은 떨림에도 이미 망각되여 버렸다.
     그녀는 이미 그날밤 날 떠났던것이다.확실히 그날밤!다시 찾는다 해도 그녀를 마주하고 뭐라고 말할까?나는 대답을 찾지 못한채 바의 화장실 거울앞에 서서 거울속에 어스듬히 비껴진 못 되게 여윈 자신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를 찾는다는 그 방황 자체에 더는 합리한 이유를 붙힐수 없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여위였구나.
     그래 포기하자.포기하는것이 더 아름다운 일일지도 모른다.손바닥만한 이 작은 도시에서 그동안 난 그녀를 찾아 많은 길을 걸었고 그 길을 걸으면서 잃어버린 나의 자존심은 이제 겨울의 눈속에서 고독하게 얼어갔을것이다.어쩐지 지금의 나로서는 그 얼어버린 자존심을 녹일 자신이 없었다.더는 의의가 없었다.그녀를 향해 찾아간 길이지만 지금까지 난 반대방향으로만 걸어온것 같다.돌아갈 길도 잃어버린채!
     현실속엔 길이 없었다.
     바에서 나왔다.한 겨울 차거운 북풍이 얼굴에 들이닥쳤고 나는 금시로 정신히 희미해졌다.
     "바보,너 취했냐?"
     혼자 중얼거리며 비틀거리는 걸음을 겨우나 챙기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북극성이 나를 비웃으면서 반짝인다.나는 피씩 웃고 말았다.
     "행복해라!"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바람같이 지나가던 자동차의 귀를 째이는듯한 급정거소리가 들렸다.아찔하던 그 순간,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앞에 그녀가 나타났다.그리고 온몸이 사르르 가벼워지며 추어졌다.그녀는 울고 있었다.나의 얼굴을 두손으로 어루만지며 울고 있었다.따스한 그녀의 손길!나때문에 우는걸가?아니다.분명 그녀는 떠났는데,하지만 그녀는 울고 있었다.내가 잊어버렸던 그녀의 눈물을 하필이면 이 순간에 다시 떠올린건 무엇때문일까?

     꿈이냐 생시냐?!

     싫었다.하지만 짜증은 나지 않는다.그녀는 나를 흔들며 하염없이 울고 있고 나는 추워서 떨고 있었다.술 취한 겨울 밤,나는 길바닥에 쓰러져 그녀의 이름을 고래고래 불러댔다.피가 흐른다.눈앞이 흐려진다.나에겐 아픔이란 이제 잃어버린 추억으로 되였다.
     눈물이 났다.눈물이 났다.
     "씨발,나 차에 치웠잖아.근데 왜 아프지 않은거지?"
     누군가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아,더 추워진다.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센다.
     그녀가 별이 되여 사라지고 있었다.
     분명 희미한 가로등에 비껴진, 눈물을 훔치며 미친듯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그녀의 뒤모습이다.아,그녀의 뒤모습…
     "너도 많이 여위였구나.바보야,그동안 어디에 있었니?"
     모든게 눈물처럼 아리숭해져갔다.
     피의 흐름도 이젠 나의 자존심처럼 겨울속에 얼어가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뒤모습을 잃어버리고 이 작은 도시에서 미친듯이 그녀를 찾아헤맬때 그녀는 한없이 이 아픈 도시에 남아 나의 뒤모습을 기억하며 나를 찾아헤매고 있었던것일까?
     그랬을까?
     우리는 사랑했었다.하지만 영원히 서로의 뒤모습만 기억할뿐 도무지 마주할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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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Cafe&tea | 2009/12/15 13:03 | KIMagazine

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한국)김 명 리

나를 울려놓고 너는
내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깊은 울음바다 속을 헤매다니는
날더러 바람 소리라고 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소리라고 한다
나를 울려놓고 울려놓고
가을나무가 한꺼번에
제 몸을 흔드는 소리라고 한다
수수 백년 내 울음소리 위에 턱 괴고 누워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우느냐고 한다
설핏한 해 그림자
마침내 떠나갈 어느 기슭에
꾀꼬리 소리 같은 草墳 하나 지어놓고선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 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From 실상사 사이트
포토래원

[추천소설]안개꽃-구호준

문학 | 2009/12/14 10:29 | KIMagazine

  이 소설을 추천하면서

 

   이 소설은 중국조선족매거진《송화강》2009년8월호 68페지에 발표된 구호준씨의 작품이다.주인공과 녀동생사이의 이상야릇한 사랑은 주인공이 결혼하던 그날 녀동생의 자살로부터 한겹한겹 벗겨지면서 마음을 흔들게 한다.소설속에 우리 민족의 장례풍속도 소복하게 다루어지고 있어 현실과 전통사이의 교차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바 읽는 내내 감동과 아픔을 느낄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다.이 소설은 올해 내가 읽었던 소설중 가장 마음에 여운이 남는 소설이기에 이 소설을 여러분들께 추천한다.

   소설속의 주인공과 그 녀동생사이,사랑일까?못된 친정일까? 

 

 

안개꽃

 

소설/구호준

 

  몸뚱이가 흔들린다. 영혼이 떠나버린 몸뚱이를 가냘픈 다리도 비웃고 있는 것이다.

  3 년 전의 오늘 나의 영혼은 이미 동생과 함께 산속에 매각되어 있었다. 그런 몸뚱이를 이끌며 오늘까지 살아야 하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가끔은 질긴 목숨이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죽을 없었다. 이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죽어야 할 이유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서 사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질긴 목숨이 끊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살고 있을 뿐이다.

  흔들리던 몸뚱이를 간신히 지탱하던 다리는 마침내 걸음을 멈춘다 .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동생이 누워있는 산에는 언제 찾아들었는지 안개가 서리고 있었다. 산 정상부터 무서운 속도로 흘러내리면서 전체를 삼키려고 한다. 안개의 바다에서 동생은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동생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발은 마음과 달리 움직여주지 않는다.

  눈가에도 어느새 안개가 서리면서 축축한 습기가 전해온다. 세상 모두가 마침내 안개에 덮여버린다. 이젠 동생과의 만남도 마지막이다. 동생을 곁에 두고 27년을 지켜주었고 동생이 떠나고 3년을 그리워했다. 동생에 대한 모든 정을 이젠 이렇게 털어버려야 할 것이다. 동생과 함께 이젠 동생의 몸에 박힌 박달나무도 버려야 할 것이다. 3, 결코 짧지만은 않은 삼년을 끈끈이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던 박달나무도 이젠 뽑아야 할 것이다 .

  동생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을까?

  동생에게도 죽지 않으면 안 될 만큼의 아픔이 있었을까?

  아픔이 있었다면 그 아픔은 무엇이었을까?

  동생의 아픔도 동생만 알아야하는 비밀로 땅에 묻어야 했을까?

  동생의 죽음은 모든 것이 의문이다. 하지만 이젠 의문도 동생과 함께 떠나보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나를 울리고 있다.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결혼식을 올린 이튿날 아침이었다. 아내와 함께 처갓집으로 다녀오려고 호텔을 나설 때 고향마을의 곰영감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생이 죽었어.

 “네?

  곰영감의 말뜻을 알 수 없어 나는 핸드폰만을 귀에 대고 숨죽여버렸었다 .

 “네 동생이 죽었어. 아침에 집 가보니 죽었더라.

  핸드폰이 손에서 떨어졌다. 아내가 흔들 때까지는 아마도 한참은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정신을 잃고 멍청하니 서 있은 것이.

  나는 아내의 소리를 뒤에 던져버리고 허둥지둥 택시를 잡았다.

  뒤에서 아내가 뭐라고 소리치면서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었지만 비어버린 머리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아니, 있었다면 단 하나, 뭔가 잘못된 거야 . 어제까지도 싱싱하던 동생이 죽을 이유가 없다는 것만 머리를 메우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고향마을로 달리는 동안에서 그 택시에서 내려 십리도 넘는 산길을 헐레벌떡 뛰어가는 동안에도 동생의 죽음이란 있을 없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고향집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 동생은 온돌에 누워있었다. 시신이 아니었다. 오빠의 결혼식에 너무 지쳐서 잠간 눈 감고 휴식하고 있었다.

 “아침에 오니…”

  동생의 머리맡에서 앉아서 담배를 피우던 곰영감이 엉거주춤 일어서고 있었다. 그런 그를 왁살스럽게 무시해버린 나는 동생의 얼굴을 가린 이불을 젖혔다. 동생은 잠을 때처럼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러나 피기 한 없는 얼굴은 차갑게 다가왔다. 습관처럼 반쯤 열린 입술사이로 보이는 하얀 이빨들이 방긋이 웃어주고 있었다.

 “오빠가 왔어.

  나는 살며시 동생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마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지만 동생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오빠 배가 고파. 얼른 밥해줘야지.

  나는 가만히 동생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여보았다. 아무리 깊은 잠에 빠졌다가도 오빠가 배가 고프다는 소리만 들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던 동생이었다. 예전처럼 주방을 맴돌면서 오빠가 좋아하는 반찬을 갖추지 못했다고,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누운 게 잠이 들었다고 얼굴에 가득 미안함을 담을 것이고 그런 동생이 재미있어 나는 투덜투덜 반찬투정을 하고.

  그러나 동생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일어나. 빨리 일어.

  나는 동생의 어깨를 흔들었다.

 “동생의 후사를 준비하자.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곰영감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정신을 놓아 버렸다.

  얼굴에 찬 기운이 느껴진다. 산을 삼켜버린 안개는 어느새 내가 서있는 골짜기까지 삼키고 있다. 미세한 물방울의 손끝에 맞혀온다. 가만히 손을 펴고 안개를 잡아본다. 그러나 안개는 손끝에 맞혀 올뿐 잡히지 않는다. 손에 꼭 잡으려고 몇 번을 허우적거렸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다.

  동생도 내게는 안개 같은 존재였을까?

  언제나 곁에서 맴도는 모습은 볼 수 있어도 잡을 수 없는 그런 동생이었다면 동생에게 있어서 나는 어떤 존재로 자리를 잡고 있었을까?

  내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보모님들은 저세상으로 가셨다. 경운기를 몰고 현성에 비료를 사러갔던 아버지는 술 한 잔 마시고 안개가 덮인 시골길을 기세 좋게 달리다가 골짜기로 비행해 버린 것이다. 그날 함께 떠났던 엄마도 아버지를 동무하여 저승길을 걷지 않으면 되었다.

  부모님들이 세상을 뜨자 나는 초중을 중퇴하고 12살 되는 동생을 데리고 농사로 장알을 박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기위해서는 밭을 다루어야 했다 . 힘들게나마 어른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농사일을 할 수 있었다. 10여 호밖에 안 되는 마을에서는 밭을 다루는 것을 빼고는 따로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나이 어린 동생이 그런대로 투정 없이 잘 따라주는 것이 고맙기만 했었다.

  동생은 단 한발자국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저녁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내 품에 안겨야 잠이 들었고 밭일을 나가면 따라다니면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해질 때까지 나를 동무했다. 동생이 20살이 되어서야 따로 이불을 덮었지만 내 손을 잡지 않으면 동생은 잠들지 못했다. 그런 동생이여서 내게도 동생이 없는 삶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운명은 무엇 때문에 나와 동생을 헤어지게 만들었을까?

  신의 장난이었다면 신을 향해 돌팔매라도 하고 싶다. 그러나 내게는 신이란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동생 하나면 만족했지 신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신이라도 믿었다면 차라리 저주도 하고 원망도 했으련만.

  어디선가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안개 속에 형체를 감추고 처량한 목소리만 귀를 파고든다.

  이젠 떠나야 한다. 동생을 이렇게 버려두고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동생은 더 이상 나와 함께 서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동생을 찾아갈 만큼의 용기는 어제도, 오늘도 없었고 그렇다고 내일에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

  동생을 두고 가려니 다리가 허둥댄다.

  까마귀의 소리가 여전히 안개 속을 뚫고 허공에 메아리친다.

  동생을 두고 간다?!

  오늘은 동생과 함께 할 수 없어 떠나야 한다. 이생의 다음 정착 역은 저승이라지만 이생과 저승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동생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

  그러나 3 년 전, 나는 무엇 때문에 동생을 떠나야 했던가?

  “오빠, 결혼을 해야 하는 거야?

  동생에게 결혼을 알렸을 때 던져온 물음에 나는 대답할 말이 궁했다 .

  꼭, 꼭 결혼을 해야 한다?

  아내와 결혼은 약속했지만 나에게는 그녀와 꼭 결혼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은 꼭 해야 하나?

  그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무엇 때문에 꼭 결혼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나는 갖고 있지 않았다. 있다면 나도 남자니 죽기 전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정도로 결혼은 담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라면 죽어서도 힘들게 엎드려 있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 하나가 있을 뿐이다.

  고향마을에 친구가 객사했을 때 마을 노인들은 친구를 관에 엎어 놓았다. 부모 먼저 죽었으니 부모에게 죽어서도 엎드려서 속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총각귀신이 된 것만도 서러운데 죽어서도 엎드려있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시체위에 채 뿌리를 덮었다. 처녀가 지나가면 총각귀신이 잡아간다고 채 뿌리에 덮여야 했고 결국 총각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렇듯 죽은 뒤에도 처절한 버림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부모 없는 나에게는 속죄할 사람도 없지만 내가 총각으로 죽어도 풍속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렇게 만들 있었을 것이다.

  그때 동구 밖으로 실려 나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언젠가 결혼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 오빠,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거야?

  동생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해줘야 했다. 대답을 못하면 동생에게 웃음이라도 지어줘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내 얼굴의 근육들은 너무나 굳어 있었다.

  동생에게 대답을 해야 했다. 그러나 색조 없는 동생의 얼굴은 나의 대답을 바라지 않고 있었다.

  동생과 함께 살면서 그런 표정은 꼭 두 번 보았다 . 한집씩 시가지로 떠나면서 마을이 비어가는 것을 보다가 나도 시가지행을 선택했고 그때에도 동생은 그런 표정이었다.

 “오빠, 우리도 꼭 시내에 가서 살아야 하나?

  그때도 나는 시가지로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다가 입을 다물어 버렸었다. 낙엽 지는 동생의 얼굴에 내려앉은 밤 까마귀를 보았던 것이다. 어둠이 깔린 동생의 얼굴에서 그가 아무런 답도 바라지 않고 있음을 보았다. 어쩌면 동생이 던진 물음이었지만 그 답도 동생이 갖고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동생의 거절을 받았으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빠 싫어.

  동생이 한마디면 모든 포기할 수도 있었다. 동생을 위하는 길이라면 무엇이던지 할 자신이 있었고 나 자신까지도 포기할 수 있었다. 허나 동생은 내 말을 따라주는 것이 자신의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한 번도 거슬려 본적이 없었다. 선택은 언제나 내가 하고 동생에게 물었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형식에 불과했다. 동생은 언제나 자신의 공간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내가 만든 영역에서 살면서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주었을 뿐이다.

  강에서도 안개가 피어나고 있다.

  강에서 나는 다시 발길을 묶인다.

  강을 건너면 이젠 더는 동생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동생과의 인연도 짧아야만 하는 것일까?

문득 눈길이 강에 멈춘다. 피어나는 안개 속에 자신의 부끄러운 몸을 감추고 목욕하는 동생의 수줍게 웃고 있다. 손을 내밀어 동생을 잡으려고 한다 . 그러나 한손 가득히 잡힌 것은 공허한 내 마음뿐이다.

  강에 그대로 뛰어들고 싶다 . 동생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물에 뛰어들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아니, 단 한번만이라도 동생의 얼굴을 다시 볼 수만 있어도 남은 인생 전부를 주고라도 바꾸고 싶다. 그러나 동생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강위에 맴돌던 안개처럼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서 고향의 김치 움을 지워버렸듯이 정말 동생을 잊고 이 강도 기억에서 지울 수 있을까?

  강심을 향해 돌은 던져보았다. 잔잔하던 물은 잠간 파문을 일으켰다가는 그대로 조용히 숨을 죽인다.

  지금 나를 마주한 강은 단순한 물이 흐르는 강이란 이미를 넘어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강에서 나는 한 여자의 성숙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부모님들이 세상 뜨자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가에서 동생을 목욕시켰다. 12살이지만 나와는 달라도 엄청 달라진 동생의 가슴을 보면서 때론 그것을 갖고 싶은 욕심도 부렸었다. 그러나 나는 가질 수 없었다. 내가 보고 만지는 것은 늘 동생이었지 또 다른 한 여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17 살이 되면서부터 동생은 목욕하면서도 앞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손바닥만 팬티와 브래지어를 벗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동생과 함께 목욕하면서 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비밀을 알고 있었다. 동생의 몸에 비밀을 훔쳐보면서 때론 그대로 빼앗고 싶은 충동도 느껴야 했지만 충동은 동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언제나 패자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힘들어서 고향을 떠났을 것이다. 도시에 가서도 동생과 한 집을 쓰고 살았지만 시가지는 목욕설비가 구전했다. 언제 건 집에서 편히 할 수도 있고 목욕탕에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도시에 가면 동생의 알몸을 보면서 힘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고향을 버려야 했던 또 하나의 구실이 아니었을까?

  동생의 성숙한 몸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결혼 전날이었다 .

 “오빠, 목욕하자 .

  저녁을 먹고 나의 첫날 옷을 다듬던 동생의 말에 나는 잠간 귀를 의심했다. 도시에 이사를 와서는 단 한 번도 함께 목욕을 한 적이 없었다 . 목욕탕에 함께 갈 때도 있었지만 남탕과 여탕은 언제나 엄연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 목욕을 하자니?

 “내일 결혼하는데 깨끗하게 씻어야지.

  잠간 동생의 얼굴을 훔쳐보았을 때 놀란 나의 표정과는 달리 동생의 얼굴은 너무나 평온했다. 아니, 어쩌면 그 평온 뒤에 깔려있는 거절할 수 없는 그런 다른 무엇인가가 숨어있었다.

  피를 나눈 형제였지만 시가지에 이사를 와서는 단 한 번도 함께 목욕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동생은 함께 목욕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거절하기에는 나로서는 너무나 멀리 와 있었다.

  더운물을 받는다고 동생이 먼저 욕실에 들어갔고 물소리가 들리고도 한참은 더 흐른 뒤에 문을 열었을 욕실에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희미한 안개 속에 놀랍게도 동생은 몸에 실 한 오리 걸치지 않고 있었다. 안개가 감돌고 있는 27살 이미 익을 대로 익어버린 여체를 보면서 나는 잠간 흥분하고 있었다. 아직 단 한 번도 남자의 손을 거쳐 가지 않은 탐스러운 가슴과 검은 숲을 이루고 있는 아늑한 골짜기를 보면서 남자가 화를 내고 있었다. 머리는 여자가 아닌 동생이라고 수백 번 수천 번을 말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본능은 형제를 가리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알몸을 보이면서도 당당하게 움직이는 동생 앞에서 움츠러든 것은 나였다. 얼굴이 화끈거려 결국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아버렸다.

  내 몸의 구석구석을 씻는 동생의 손길이 느껴졌지만 몸은 이미 경직되어 있었다.

  동생의 비누를 든 손이 나의 가장 은밀한 곳을 더듬을 때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어려서부터 함께 목욕하고 서로 등을 밀어주기도 했었지만 그곳은 여직 동생의 손길이 단 한 번도 다녀간 적이 없는 곳이었다. 어린애도 아닌 성숙한 동생의 손길이 지금 그곳에 머물고 있다. 더 이상은 동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한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몸 구석구석을 핥고 있었다.

  흥분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 동생의 손길이 스쳐가자 부풀어 오른 남자도 이젠 통증이 전해오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동생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갔다. 부드러운 살결이 손끝에 전해왔다. 물에 젖어 미끈거리고 있었지만 탄력 있는 엉덩이의 감촉이 발끝까지 짜릿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그때 동생은 비누칠하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흠칫 몸을 떠는 것이 미세하게 안겨왔다.

  나는 머리를 털었다.

  동생이야. 여자가 아닌 동생.

  결국 나는 손을 거두었고 동생은 다시 내 몸 구석구석에 비누칠을 해나갔다. 비누칠을 하는 동생의 입에서는 순간이었지만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밤 까마귀의 처절한 울음소리 같은 한숨에 몸 전체가 얼어들고 있지만 나는 그 어두운 침묵을 깨버리기에는 너무나 무기력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한숨이 아니었을 것이다. 동생의 가슴 어디엔가 숨어있는 까마귀가 어둠을 갉아먹는 소리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동생이 아니었어도, 동생이 여자만 아니었어도 그런 어둠을 나눠가질 수 있었으련만.

  그날 동생의 가슴에 숨겨져 있던 어둠이 안개에 가려져 있던 그 어둠이 결국 오빠의 결혼식 날 고향으로 몰아간 것이 아닐까 ?

  아무런 설명도 해석도 없이 동생은 고향집에서 죽어 있었다. 나의 결혼이 동생을 죽인 것은 아니었을까?

  평소에 감기 한번 하지 않던 동생이었다. 몇 년을 비웠던 집에도 불 땐 흔적도 없으니 가스 중독으로 죽었을 수는 없다. 몸에 아무런 흔적도 남긴 것이 없었고 표정도 너무나 평온해있었다.

  곰영감이 파출소에 신고하겠냐고 물었을 그것을 거절한 것은 동생의 몸을 낯선 이들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결혼 전날 동생과 목욕하면서 동생의 몸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풍겼을 것이다. 그 냄새를 내가 맡지 못했을 뿐이니 죽은 뒤에라도 다시 그 냄새를 찾고 싶었다.

  동생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남아있었을까?

  그건 동생만이 아는 비밀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내 가슴 어디엔가 숨겨져 있는 그런 비밀 아닌 비밀일까?

  이제는 갈림길이 앞에 놓여있다. 하나는 비어버린 고향마을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동생을 끌고 떠났던 시가지로가는 길이다 . 강을 건너니 이젠 안개도 뒤를 쫓아오지 않는다. 동생도 이젠 그렇게 떠나는 것일까?

  눈길은 고향집에 머물지만 몸은 시가지로 가는 길목에 멈춰있다. 동생이 태어나서 20년을 살았던 고향집, 마지막 길까지도 거쳐서 간 고향집도 이제는 기억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사람들이 회귀본능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믿지 않았다. 여우가 죽으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서 죽는다고 하지만 인간은 아니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동생은 고향집으로 돌아와 죽었다 . 고향집에 돌아와 죽음을 기다리면서 동생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고향집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도 오빠는 어제 날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가슴 아파 했을까?

아니면?!

  내 가슴에 남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을까?

  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결혼을 거부했던 것은 아닐까?

  동생은 시가지에 이사한 뒤에도 혼사가 자주 들어왔었다. 시골에서 자라 피부도 거칠었지만 미끈한 체격은 언제나 남자들의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허나 동생은 직장을 버리면서 까지도 남자들을 거부했다.

 “오빠가 결혼하면 나도 결혼할거야.

  나이가 들어가는 동생을 걱정 할 때마다 핑계처럼 만들어내는 말은 내 결혼이었다.

  그때는 형제의 순으로 결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워있다고 웃기도 했지만 내 결혼이 결국 동생의 죽음과 이어졌음을 느끼지 못했었다.

  남자 한번 안아보지 못하고 동생은 몸에 박달나무 하나만 달랑 지니고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박달나무?!

  어린 시절의 딱총이나 만들던 그런 의미의 나무가 아니다. 이젠 결혼하지 않은 내 동생을 괴롭히는 나무로 남아있는 것이다.

 “박달나무를 꺾어와.

  마침내 동생의 죽음을 인정하고 염습을 부탁했을 곰영감이 던진 첫 마디였다. 죽은 사람을 앞에 놓고 관도 아닌 박달나무를 찾는 곰영감을 나는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뭐해? 박달나무 꺾어 오라니깐.

  곰영감의 독촉에 나는 마을 앞에서 박달나무 한 가지를 꺾어갔다. 곰영감은 염습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이 박달나무만 칼로 열심히 깎았다. 해가 기울 때까지 곰영감은 박달나무만 깎았고 동생의 옆에 앉아 나는 그런 영감의 모습만 지켜보았다 . 어둠이 조금씩 깔릴 무렵 마침내 곰영감은 손을 멈췄다. 그러나 곰영감이 손에 들린 나무를 보았을 때 오싹 소름이 끼쳐왔다 . 곰영감은 반나절 깎은 박달나무는 흡사 남자의 성기를 방불케 했던 것이다.

  곰영감은 동생의 옷을 벗기고 박달나무를 동생의 음부에 밀어 넣으려고 했다.

 “왜 이럽니까?

  곰영감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내 입에서는 마침내 고함이 터져 나왔다.

 “처녀가 죽으면 박달나무나 고로쇠나무를 깎아서 음부에 넣어야 해.

 “미쳤습니까?

  죽은 동생만 생각해도 이미 머리가 깨여져버렸는데 동생의 음부에 박달나무까지 박는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였다.

 “이건 풍속이야. 그러지 않으면 처녀귀신이 나와서 총각을 잡아간다 .

  곰영감은 풍속을 앞세웠지만 나는 영감의 손에 들린 박달나무를 빼앗아 밖에다가 뿌리쳤다.

  풍속?!

  벼락 맞을 풍속 때문에 부모님들도 마지막 길을 집에도 들리지 못하고 갔었다. 객사한 사람은 집으로 들이지 않는다는 마을의 풍속 때문에 사고가 난 곳에서 대충 염습하여 산에 묻었던 것이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지만 성숙한 오늘은 아무리 풍속이라도 동생의 음부에 박달나무를 박을 수는 없었다.

 “풍속은 지켜야 하는 거야. 네가 뭔데 풍속을 깨려고 해?

  다시 박달나무를 주어온 곰영감을 향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였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곰영감도 한 치의 양보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 마을이 무슨 마을인지 몰라? 사람들이 다 떠나고 없지만 그렇다고 풍속을 깨어버릴 수는 없어.

  곰영감은 나를 보면서 차갑게 냉소하고 있었다.

  그랬다 . 우리 마을은 다른 마을에서 장례가 생길 때마다 마을 장정들이 모여서 장례를 치러주었다. 인근 마을만이 아니라 수십 리 밖에서도 상사가 나면 우리 마을 장정들을 불러갔고 마을에는 장례를 위한 조직과 장례에 필요한 도구들이 구전하게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화장을 하는 요즘 세월에 상사가 나도 마을 사람들을 찾는 일은 드물어졌고 하나 둘씩 사람들이 시가지로 떠나다보니 마을은 곰영감 한사람만 남아있었다. 곰영감도 마을 뒷산을 도급 맡은 사람에게 의지하여 산을 지켜주면서 살고 있다.

  자식도 없이 홀아비로 살아온 곰영감에게 동생의 알몸을 보이는 것만도 이미 환장할 노릇인데 풍속을 빙자하여 동생의 음부에 박달나무를 박게 할 수는 없었다.

 “썩어빠진 풍속 집어치우고 염습이나 해주십시오 .

 “안 돼. 풍속을 따르지 않으면 염습해줄 수 없어.

  곰영감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뭐랍니까?

  곰영감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살인을 떠올렸다. 그대로 죽여주고 싶었다.

 “네 동생을 위해서 그런 거야.

  곰영감의 얼굴에 동요가 보이는 듯싶더니 마침내 풍속이 아닌 다른 이유를 찾아 나서고 있었다.

 “시집가지 못한 처녀는 고해를 건너지 못하고 영혼이 허허벌판에서 떠돌게 되어있어. 그러니 박달나무를 박아야 하는 거야.

  나는 멀거니 곰영감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미 사유가 끊어난 머리에는 아무것도 끄집어 낼 수 없었다. 다만 동생의 몸에 박달나무를 박을 수는 없다는 것만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동생 생각하면 왜 시집보내지 않았어 ? 전 좋아서 장가들면서…”

  곰영감의 마지막 말은 결국 내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 이상 곰영감을 제지시킬 힘도 마음도 없어지고 말았다.

  동생의 음부에 박히는 박달나무를 보면서 나는 자신의 숨통 끊어나는 소리를 들었다.

 “타지 않겠어요?

  어디선가 질그릇이 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드니 언제 왔는지 하루에 세 번씩 고향마을을 스쳐가는 버스가 멈춰 있다. 나를 내려다보는 색 바랜 흑백사진 같은 차장의 얼굴이 맞혀온다.

  이젠 정말 떠나야 하는 것일까?

  동생도, 고향도 모두 버리고 가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를 아프게 하는 박달나무도 이렇게 떠나야 하는 것일까?

  동생의 음부에 박달나무를 박아 넣고 나는 남자를 상실했다. 결혼하여 삼년이 되도록 아내와 한번 어울릴 수 없었다. 아내의 몸을 보듬으면 동생의 음부에 박히던 박달나무가 찾아왔다. 박달나무는 나무가 아닌 내 성기가 되어 동생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성기는 하나의 박달나무로 변해 버리고. 가끔씩 술에 취하면 박달나무를 잊고 아내를 가질 것 같았지만 그것도 결국 허사였다.

  아내는 나를 끌고 병원들을 들락거렸지만 아내의 정성과는 무관하게 내 남자는 여자들 앞에서는 일어날 줄 몰랐다. 그런 나를 보고 화만 버럭버럭 내던 아내는 몇 달 내 앞에 이혼장을 던져왔다. 남편 있는 과부로는 살수 없다는 아내의 심정도 이해되었지만 그렇다고 동생의 음부에 박힌 박달나무는 뽑아 버릴 없었다. 이혼장에 사인을 하고나니 이상하게 마음은 더욱 평온해지기도 했다 .

 “어디서 내릴 건가요?

  다시 들리는 차장의 목소리에 눈길을 밖에 던졌더니 어느새 버스는 시가지에 들어서 있었다. 비어버린 버스에는 나만 댕그랗게 팽개쳐져 있었다. 거리를 내다보니 이미 내가 내려야 할 역은 지나와 있었다.

  동생과 나도 다른 잡념에 잠겨 멈춰야 할 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지나간 것은 아니었을까?

버스에 내렸지만 따로 어디에 갈 곳이 없다.

  비어버린 집은 이젠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눈길이 멈추는 것은 안마방이란 간판이다. 시가지에 이사를 와서 동생 몰래 가끔씩 여체가 그리울 때면 다니던 곳이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라도 몸을 풀지 않으면 언젠가 동생도 여자로 보일 것 같아 두려웠었다. 그래서 동생 몰래 몇 달에 번씩은 잠간씩 스쳐가면서 쌓였던 정욕을 풀어버리기도 하고.

  허나 이젠 남자를 상실했으니 안마방도 무의미해졌다. 안마방에서 눈길을 거두려고 할 때 연분홍 치마를 입은 여인이 눈에 뛰어든다.

  연분홍치마, 그건 동생이 즐겨 입던 옷인데…

  동생?!

  그랬다 . 동생이다. 고향에 두고 온 줄을 알았던 동생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내가 즐겨 다녔던 안마방으로 나를 찾아 들어가고.

  나는 안마방으로 반달음을 놓았다.

 “어서 오세요.

  연분홍치마는 보이지 않고 소파에 몸을 묻고 있던 40대 여인이 반색을 한다 . 3년 동안 다니지 않았더니 어느새 주인의 얼굴이 바뀐 것이다 .

 “한분이세요?

  동생을 찾아야 한다. 안마방 어디엔가 숨어있을 동생을. 그러나 몸은 동생이 아닌 40 대 여인을 따라 단칸방으로 들어갔다.

 “뭘 할 건가요? 발마사지와 보건안마를 함께 해도 50원이거든요.

 “금방 치마를 입고 들어온 여인도 여기서 안마하나요?

 “네? , . 3 전에 왔거든요. 여기는 아가씨들 몇 달씩 하고 자리를 옮기는데 그 아가씨만은 떠나지 않고 일해 줘요. 그 아가씨를 부를까요 ?

 “네.

 “그럼 발마사지와 보건안마를 할래요?

 “아니, 특수봉사를…”

 “그 아가씨는 그건 하지 않아요.

  40대는 조금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 그러나 금방 다시 밝아지고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다른 참한 애도 있어요. 다른 애를 들여보낼까요?

  한산한 안마방에 모처럼 찾아온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주인의 얄팍한 마음이 들여다보인다 . 주인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남자까지 상실하고도 이렇게 찾아온 것은 다른 여체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아니요 .

  고개를 흔드는 모습에 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지려고 한다.

 “그럼…”

  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인을 주었다. 지갑에는 카드 말고도 현금만 2 천원 넘게 있을 것이다.

 “여기 돈 다 드리겠으니 들여보내주세요.

  돈을 위해서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돈보다 더 좋은 약이 없을 것이다. 주인도 돈을 보면 쉽게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주인의 마음이 움직이면 안마사도 흔들릴 것이다.

 “잠간만 기다려보세요.

  지갑의 돈을 꺼내들고 나가는 주인의 목소리가 밝아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분홍치마가 들어선 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외면하고 서서 분홍치마는 옷을 벗었다.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옷을 벗어버리고 등을 돌리고 서있다. 군살 하나 없는 알몸, 그건 분명히 동생의 모습이다.

  나는 가만히 뒤로 가서 여인을 껴안았다.

 “흡…”

  여인의 입에서는 짧은 비명 같은 것이 흘러나온다. 돌아서서도 두 손은 여전히 가슴을 꼭 껴 앉고 있다. 여인의 팔을 뚫고 그녀의 가슴에 내 손이 닿았을 때 작은 떨림이 전해온다. 동생도 그랬었다. 결혼전날 알몸인 동생의 엉덩이에 손이 닿았을 때 미세한 흔들림이 전해왔었다.

  여인을 침대에 눕히고 가만히 얼굴을 훔쳤다. 눈을 꼭 감고 있는 여인은 동생은 아니다. 동생과는 완전히 다른 생소한 모습의 여체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동생도 내가 원했다면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

  동생과는 다른 얼굴이지만 그 얼굴로는 동생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 보여 왔다. 여인의 팔을 풀고 가만히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을 때 마침내 가슴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생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동생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부모님들이 돌아가고 나서 단 한 번도 불러본 기억도 없는 이름이여서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여인의 가슴위에서 안개꽃 한 점 피어오를 때 마침내 잠자던 남자가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

  아, 마침내 나는 비명처럼 감탄을 뽑아냈다.

  동생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그는 나에게 있어서 다른 개체가 아닌 바로 나의 분신이었었다. 그 분신을 나는 동생이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버려야 했고.

  동생도 여인이었고 여인도 동생이었고 동생은 여인 같은 동생이었고 여인은 동생 같은 여인이었고 동생도 여인도 결국은 삼자가 아닌 내 분신이었을 뿐이다.

  마침내 박달나무가 움이 튼다. 움트는 박달나무 사이로 안개꽃이 피어난다. 안개꽃이 피어나고 있다.

 

 

 

                         작가약력

                                 구호준,필명 천봉

                       1972년 중국 길림성 화룡시에서 출생

                            1994년 중국연변문학원 졸업

                         2008년 중국노신문학원 8기 졸업

                 연변일보CJ문학상,한국 신춘문예상 등 다수 수상

                           수필집《당신의 그늘》이 있음.

 

                               

                                 ⓒ저작권자 구호준

                       문장파일래원은 "중국 연해문인회카페"

상사뱀으로 찾아온 애뜻한 사랑이야기


      지는 꽃, 피는 꽃의 가운데를 밟고 가는 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서있는 것과 누워 있는 것의 결합은 언제나 조금 어긋나 있는 듯 보인다. 신라시대로 발걸음을 뚜벅뚜벅 옮긴다. 많은 사랑의 이야기가 산에, 들에 꽃피어 있다.

     『삼국유사』는 남녀의 사랑이 질펀하게 녹아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불륜의 대표주자는 「처용랑 망해사」편이다. 처용의 아내는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미모(傾國之色). 역신(疫神·임금이었던 같다)이 침을 삼키고 처용이 없는 틈을 타 그녀와 네 개의 다리를 만든다. 처용이란 정신 나간 사내, 이들의 이층집 짓는 작태를 보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그 자리를 물러선다. 이런 노래까지 곁들이며…. “동경 밝은 아래/ 밤늦게 놀다가/ 들어와 자리 보니 다리가 넷이네/ 둘은 내 것이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이지만 빼앗겼으니 어이하리.”

      불륜의 사랑을 용서한 처용은 귀신을 물리치는 문신(門神)으로 추앙 받게 되지만…. 도끼로 사단을 내도 모자랄 판에. 처용의 속내를 짐작할 길 아득하다.

      경주 남산(금오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깎아 세운 듯한 벼랑이 앞을 가로 막는다. 상사암(相思巖)이다. 왼쪽으로는 상선암 마애불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경잡기(東京雜記)』에 이런 이야기가 보인다.

     “상사암(相思巖)은 금오산에 있다. 그 크기가 1백여 아름이고 가파르게 솟아 있어 기어오르기가 어렵다. 상사병에 걸린 이가 이 바위에 빌면 영험이 있다. 산아당(産兒堂)은 돌을 깎은 것이 마치 아기를 낳는 모습과 같다. 전설에 신라 때에 후사를 구하고 복을 빌던 곳으로 가위질을 한 흔적이 있다.”

 

      상선암 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돌면 가위질을 한 바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바위 안에 산신당(産神堂)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바위에서 열 걸음 발길을 옮기다 문득 경주 시내가 보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절묘한 남근·여근석이 눈길을 잡아끈다. 살짝 기울어진 남근과 살짝 몸을 외로 비튼 여근이 한 자리에 있다.

      전설은 또 바위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옛날 할아버지 한 분이 이웃에 사는 어린 처녀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겨 버린다.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일, 상사병에 시달리다 목을 맨다. 죽은 할아버지는 큰 바위가 되어 우뚝 솟았다. 처녀는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큰 뱀이 목을 휘감고 괴롭히는 꿈에 시달린다. 죽은 할아버지가 상사뱀이 되어 왔다고 마을 사람들은 속삭인다. 날마다 야위어 가던 처녀는 바위에 올라가 떨어져 죽어버리고…. 할아버지 바위 옆에 또 다른 바위로 선다. 두 바위는 죽어서 헤어지지 않고 다정하게 서있게 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식물의 신 오시리스는 자신의 남근을 쥐고 있다. 풍요의 상징이다. 번식과 쾌락을 위한 성이 아니라,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이 경주 남산 상사암 앞의 남근·여근석에 스며들어 문란한 오늘의 세태를 지켜보고 있다.

       눈 밝은 연인이 산길에서 잡았던 손을 꼭 쥔다. “어머! 우리도 이렇게 만나 여기에 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구나.” 하고 말을 건네며….

 

ⓒBy Moyiza.com

泣血의 계명

문학 | 2009/12/14 08:46 | KIMagazine

泣血 계명

 

시/(연변대학)이광원

 

 

가엾은 소녀의 얼굴이였다

 

잃어버렸던 하늘을 향한 제전에

심장을 바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피를 씻고 있는

가엷은 소녀의 얼굴이였다.

 

웃을때까지 크게 울어야 했고

울때까지 죽이고 기도해야 했다.

 

언제부턴가 제물속에는

해맑은 하나가

고이 담겨 있었다

 

평어:

이 글은 연대의 후배-이광원의 신작이다.이 블로그에 발표될때 나의 큰 수정을 거쳤다.

원문은 여기를 클릭해서 읽어볼수 있다.

원문에서 시인이 쓰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대체 느낄수 있지만

너무나 많은 표현으로 다루고저 했기에 어딘가 너무 지저분한 느낌을 주고

독자의 인내성을 완전히 말살해버렸다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시인의 시어는 아주 풍부하다

하지만 시를 씀에 있어서 짧은 시어들로

시의 의미,시의 색갈,시의 향기,시의 음률,시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는바

아까운 시구절이라도 과감히 잘라버릴수 있는 그 용기가 바로 이뜻이다.

이광원의 건필을 빈다.

 

ⓒ우의 작품은 본 블로그의 편집방향에 의해 수정이 있었음을 밝힌다.

저작권은 원 작자에 있음을 밝힌다.

편지

자작시 | 2009/11/25 20:02 | KIMagazine
편지


아무런 느낌 없이 스쳤지만 뒤모습을 바라보면 자꾸 눈물이 나고 두손엔 추억이 남아 따끈따끈하다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은 어느때까지만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뿐이다,
      마음이 텅 비여있을때 편지를 쓴다.마음을 쓴다.아무것도 없어서 쓰고나면 하얀 백지지만 그래도 꼬낏꼬낏 접어서 어딘가 부쳐보낸다.그리곤 잊어버린다.
      어느날인가 반갑게 편지를 받게 된다.펼쳐보면 하얀 백지뿐이다.아무런 글자도 없지만 향기가 난다.눈물이 난다.누렇게 색바랜 봉투는 누렇게 옛말을 한다.자기가 쓰고 자기가 보내고 자기가 받아 보고 그것이 인생이라 그것이 세월이라 우리는 항상 세월속에서 편지를 쓰며 자신을 기록하고 있을뿐이라고.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은 어느때까지만 산과 나무와 바람과 별뿐이다.


                                                                     글/김혁

자작시 | 2009/11/22 15:08 | KIMagazine



시/김혁



가을이 운다

 

가을을 운다

텅 빈 그 자리에

꽃만 남았다.

이름을 깍아

쌓아 올린 무덤에

별을 뿌리고

빨간 피로 물든

화려했던 꿈들로

담배를 만다

잊기 위한 웨침에

꽃이 지면서

지는 꽃들이

지는 꽃들이

가을을 운다

 

가을이 운다.



Copyright ©www.kimtime.com

보고 싶어서...

IM | 2009/11/18 11:11 | KIMagazine

어느날인가 그때까지 내곁에 조용히 있다가

말없이 떠나버린 널 멍하니  바라보면서

어느날인가 그 어느날인가

다시 올거라고 난 철없이 믿어왔고

 

넌 그냥 멀어져 가고

그냥 바라만 보고

 

갑자기 추워졌다.

나 혼자서 추워.

추우니까 눈물이 나.

 

그곳에도 눈이 내리냐?

옷 잘 챙겨 입고

아프면 병원 가서 약 사먹어.

 

미안해.

보고 싶어서...

아직도 그냥 보고싶어져서...

 

2009년11월18일

 

어느 가을밤 나는

자작시 | 2009/11/07 13:43 | KIMagazine

     어제 혼자서 술을 마시고 비칠비칠 길을 건느는데 바람같이 지나가던 자동차의 귀를 째이는듯한 급정거소리가 들렸다.아찔하던 그 순간,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앞에 그녀가 나타났다.그리고 온몸이 사르르 가벼워지며 추어졌다.그녀는 웃고 있었다.봉선화같은 순수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나를 보고 웃는걸가?아니다.분명 그녀는 나를 보고 웃는것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는 웃고 있다.내가 잊어버렸던 그녀의 미소를 하필이면 순간에 다시 떠올린다는것이 무엇때문일까?

     었다.하지만 짜증은 나지 않는다.그녀는 웃고 나는 추워서 떨고 있었다.그녀를 다 잊은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를 잊는다는 이유로 그녀를 기억했는가 보다.

     술 취한 가을 밤,나는 길바닥에 누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하늘의 별을 세기 시작했다.피가 흐른다.눈앞이 흐려진다.나에겐 아픔이란 잊어버린 추억으로 되였다.웃고 있던 그녀가 어깨를 돌려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났다.눈물이 났다.
     씨발,나 차에 치웠잖아.근데 왜 아프지 않은거지?
     누군가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아,더 추워진다.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센다.
     그런데,그녀는 별이 되여 사라지고 있었다.

 

 

ⓒ글/김혁 Nov 7,2009

잠시 마음을 정리하며

IM | 2009/10/25 11:03 | KIMagazine

[중국 하이난성 싼야시의 아롱베이에서]

 

김혁 ,지금은 대학 준졸업 상태,

중국 심천시 Key Joy International업무부에 취직,

출근한지 갓 한주일.

 

다른 애들이 사법고시를 준비할때 나는 흑룡강성고급인민법원에서 졸업인턴을 마치고

취직을 위해 부랴부랴 심천시로 달려왔다.

고정적인 취직을 원했다기보다 명년 정식졸업을 하기전에 그래도 사업경력이 있는

당당한 졸업생으로 되기 위해 경험을 쌓으려고 서둘은것 같다.

3년반의 대학학과를 2년반에 마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냐 아니면 이 전공을 포기하냐 많이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것저것 돌아다니며 부딪쳐도 보고 아파도 봐야

더 힘찬 동력과 목표를  가지고 사법고시를 준비할것 같아서

결국은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반년,열심히 배우기로 했다.

이 반년사이에 내 인생에서 또 한번 중요한 결정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까.

 

대학은 절대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열심히 무언가를 위해 준비해왔던것 같은 느낌이다.

많이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밖에 없는것 같다.

 

이 블로그를 시작한지 어언간 1년반이 되였습니다.

그동안 방문량이 크게 높아가지 못했지만 블로그 통계를 보면

저의 블로그를 찾아오는 분들은 모두 직접접속을 통해 찾아오시는 독자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의 블로그는

"저의 이야기와 남의 이야기를 잊기 위해 글로 적어온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회사일이 바쁘다보면 블로그업데이트도 게을어질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이 블로그는 여전히 오픈되여 있을것이며

이후에는 여러분들이 쓴 이야기들을 주로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좋은 문장들이나 촬영작품이 있으면 저의 메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제 혼자뿐인 공간이 아니라 함께 되여가는 따뜻한 공간이고 싶습니다.

 

투고메일:RinoKims(#)Gmail.com [메일을 보내실때 #를 @로 고쳐주세요!]

 

그동안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올립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저의 이 블로그가 업데이트가 게을러지더라도

이해해주시고 꼭 그냥 아껴주시길 바랍니다.

 

▣추가▣

 

①이 블로그의 팀원이 되실 분이 있으면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이 블로그를 꾸려가고 싶습니다.

 

②이 블로그의 이름을 고치고 싶은데요.

여러분들께서 이 블로그의 풍격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셨으면 고맙겠구요.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겠습니다.

이 가을에 봄을 그린다

Cafe&tea | 2009/10/25 10:11 | KIMagazine
가을은,다가오는 바람속에 흐느끼며 떨어뜨려야 하는 하나하나 나뭇잎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이여서인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빨갛게 자신을 물들이면서 아름다움속에서 작별하는 모습때문이여서인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나는 한없는 허무함을 고독하게 느꼈다.

쌀쌀한 가을 바람.나는 희망의 새싹이 움트던 봄을 생각했고 푸르싱싱한 젊음의 여름을 그리게 한다.그리고 다시 추위가 뼈속을 에일듯한 겨울이 멀지 않았고 올해도 거의 다 저물어져간다는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가을이 가져다 주는 이런 서글픔보다 난 희망을 갖다주고 마음을 설레이게 하던 봄이 더 좋다.
아니. 봄이라기보다 응당 처음이 갖다주는 신선함이 그리운것이라고 할까?
그래서 이 가을에 난 사색에 묻혀 추억을 밟으면서 나의 수많은 처음들을 되새기군 한다.

처음은 순수해서 좋았고  처음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뛰는 설레임이 있어 좋았으며 처음은 무서운줄 모르는 젊음의 열정이 넘쳐 좋았고 처음은 뭐나 가능할수 있다는 신심때문에 가슴 벅찼으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수 있다는 용기가 있어 좋았었다.

이 가을 무르익은 과일과 달리 처음의 열매는 떫었지만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맛볼수 없는 특이한 향이 있어 난 이 가을에 불현듯 설익은 열매가 먹고 싶어지는것일까?

분명히 가을인데 난 이 가을속을 걸으면서 봄을 그린다.
 
 
 
 
ⓒ작자:서국화 , 편집/김혁.
우의 글은 작자의 허락을 받고 발표하였으며
본 블로그의 편집방향에 의해 약간의 수정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작품을 제공해주신 서국화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작은 생각 | 2009/10/24 21:42 | KIMagazine

 

한 사람이 그리워 고독해지는것이

고독해서 한 사람이 그리운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

 

시간이 흐를때

고독엔 멍이 들었다.

 

ⓒ글/김혁,포토/ bittersweetvenom.deviantart.com

[단편]올해 가을은 짧았다

자작수필 | 2009/10/10 15:03 | Rino Kim

 

올해 가을은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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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잊혀지지 않는 그녀를 잊어야 했다.

잊기 위해서 그녀의 도시에 찾아가고 싶어졌다.

4년이란 시간속에 흔들린 나의 기억,이제 지워질것 같았다…

 

[2]

 

그녀는 B시의 한 커피숍에서 일한다고 했다.B시를 향하는 뻐스는 어딘가 고요한 고독이 슴배여 있는듯 싶었다.한참동안 뻐스의 흔들림속에서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나,금시로 가슴이 미여오르며 꿈틀꿈틀 메슥메슥 해났다.차멀미를 하는가보다.이전에 그녀는 내가 차멀미를 하는것이 내가 그녀에게 기대려는 고약한 습관이라고 했다 .이제 그녀가 떠나 장장 4,지금도 나는 그녀에게 기대는 이 습관을 고칠수 없는가 보다.난 항상 이렇게 못난 놈이다.

 

우릉우릉 차소리에 눈을 뜨니 아까까지도 흐렸던 하늘이 환히 개여있었다.아까까지 차멀미로 들볶다 지쳐 어느새 잠들어버린 나였다. 하늘위 한점의 흰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니 어느새 코마루 찡해났다. 그 언제부터인지 혼자서 하늘을 바라보기에 습관된것 같았다.그동안 아무런 변화없이 여전히 환하게 펼쳐진 하늘이다.아침이면 개이고 저녁이면 가려지고 그렇게 아무런 변화없이 그녀와 나의 머리위에 펼쳐진 하늘 .그속에 젖어버린 여전한 나의 색바랜 눈빛. 인젠 하늘의 파란색도 희미해진다.

 

근데 오늘은, 오늘은 왜 눈물이 나는걸가?이러면 안되는데…이러면 안되는데…

 

"연이야,내가 왔어.널 보러…

니가 보고 싶어서 내가 왔어…"

 

4년전 그날밤 ,내가 살아있는 한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미안하게 난 나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그동안 항상 나는 자신에 대한 안타까운 거짓말속에 하루하루 지내온것 같았다. 그동안 그녀가 없는 어둠속에서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데!

 

" 근데 어쩌지?널 보면 눈물이 날것 같애 .바보처럼…"

 

차창 틈새로 차거운 바람이 새여들어왔다 .

늦가을이 괴롭다.

 

[3]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놀란 눈길이 초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수그린채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만 애꿎게 젖고 있었다.

그윽한 커피향이 아름다웠다.

 

"그동안! "

 

그녀의 머리결 샴푸향이 여전했다.

그녀의 눈길엔 행복이 가득 차넘쳤다.

그녀의 얼굴은 홍기에 흠뻑 젖어있었다.

꾸며내는걸가?아니면 ...

 

"그동안 너 안 변했네…"

하지만 석쉼한 목소리,그녀의 말뒤에 숨겨진 너의 조용한 변화가 안겨왔다.

 

지난 4,우리는 어느새 커피 한잔 사이두고 할 말도 없어진것 같았다.하고 싶던 말도 혀밑에 묻혀 굳어지고 말았다.우린 왜 이렇게 된거야?마음이 한없이 아팠다.

 

"지금은 아주 행복해!"

"그래,넌 행복해야지.행복하기만 하면 돼…"

무거운 침묵속에 묻혀진 Blues멜로디가 그렇게도 쓸쓸하게 우리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왔다.

 

"연이야, 그동안 니가 보고싶었다…"

?!

, 이런 애매하고 부질없는 말을 내뱉었는지, 말하고 나니 후회되면서 마음이 텅 빈것같은 느낌으로 메아리쳤다.그녀를 미워하느라 그랬는지 그녀가 보고싶어서 그랬는지 도무지 답안이란 없었다.

 

"나란 여자는 니가 보고싶어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니가 알잖아…"

고개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물어린 눈빛,그녀는 그 여린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만 있었다.

" 너보고 용서해달라고 요구할 자격도 없어…"

 

용서? 사랑에도 용서가 있는건가?

난 저도 몰래 피씩 웃어버렸다.

웃고 싶지 않는 웃음이지만 난 그녀의 한마디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픈 웃음인지 행복한 웃음인지 커피 한모금에 애절하게 묻고 말았다.그리고 두눈을 깊게 감아버렸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보인다는건 거짓말이다.눈을 감으면 마음이 보인다.그속 어느새 내 눈으로 찍어둔 너의 미소짓는 모습만이 눈처럼 소복히 쌓인다.

 

그녀는 그때의 그녀가 아니였다.

담담한 우울한 분홍색에 순수한 향을 피우는 여름의 봉선화같던 그때의 그녀가 아니였다.

 

내 앞에서 가련히 눈물을 짓고 있는 지금의 그녀는, 작은 행복을 커피 한잔으로도 시간에 새겨갈수 있다고 그녀는 조용하게,그리고 오돌차게 말했다.분명 그랬을것이다.그렇게 잡던 나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던,나의 망가진 자존심마저 무정하게 밟고 떠나던 그녀가 아닌가?

 

" 그래?그게 좋지…"

 

어쩐지 이런 지금의 네가 더 좋았다.

 

만족하다고 했지,지금이 아주 만족하다고 했지?

 

사랑을 ,오직 사랑을 위하여,그사랑을 위하여 태여난 녀자는 사랑으로 아름답다고 한다.

아침이슬에 젖어든 수선화같은 그녀…그녀가 말하던 진정한 사랑이 오늘의 그녀를 그려왔구나 .

 

네가 부러워,정말 미치도록 아주아주 부러워졌어 .

그리고 널 축복해.정말 미치도록 아주아주 축복해.

한사람의 사랑을 버리고도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그녀가 죽도록 부러웠다 .

 

"4년이구나…"

널 바라보며 저도 몰래 입가로부터 흘러나온 고독하게도 짧은 한마디!

 

"미안해,너의 지난 4년에 대해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하지만 지금은 니가 행복하다니 다행이야…"

 

솔직히 그 4년동안 나는 아주 아팠다.

 

"그래?…… "

 

그녀의 대답은 올해 가을처럼 그렇게도 짧았다.

 

 

[4]

 

어쩐지 널 보면 그냥 그사람에 대해 말하게 된다.

사람?!

언제부터인지 난 의식적으로 그의 이름을 잊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라는 슬픈 대명사로 그를 대신하기로 했다.

 

멀고 먼 지난 이야기들 ,멀다 못해 거의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말하면서 우린 그저 멋적은 미소로 시간을 넘기군 해버렸다.그리곤 숨소리로 덮여진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다.사랑과 잊음,잊음과 회억,어쩐지 모든게 그저 숨박꼭질같은 느낌이다.하지만 4,4년이면 추억도 미워지는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리고 너는 항상 한사람뿐인것 같다.그 누구도 끝까지 함께 지켜주지 못했을뿐이다 .세상일이란 정말 슬픈 일이다.그래도 넌 그 사람이 있어서 좋았겠다.난 그동안 잊기 위해 방황해왔는데…4년이 지난 지금, 그녀를 앞에 두고 나는 항상 부질없는 비교만 애꿎게 반복하고 있었다 .질투일가?아니면 반항일가?

 

무거운 침묵속에 나의 눈빛은 너의 얼굴에서 방향을 잃었다.문득,내가 그동안 바라고 바랐던 기대와 추억들은 어느새 나의 뒤에 뿌려진 어제날속에서 묻혀있었음을 나는 새삼스레 느꼈다.순간,마음이 짜릿해났다.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 …"

 

뭔가 말을 많이 한것 같았다.침묵과 커피,그리고 음악이 아팠지만 뭔가 말을 많이 한것 같았다.말을 다 하고 나니 어딘가 몸이 추워졌다.

 

"그 사람과 정말 행복한거지?"

"그래,행복했다…"

 

행복했다?어쩐지 이상야릇한 대답이였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얄미운 녀인!

내가 눈물은 흘리는데?바보처럼…그 사람때문에 내가 바보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파도 마음으로 지워야 하는 아픔을 지울줄 아는 나를 찾아야 한다고 그렇게도 다짐했는데…근데 어쩌지? 연이야,나 눈물이 나. 보니까 눈물이 난단 말이야…너만 행복하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니가 행복하다니 내가 이렇게 슬픈거야?,나란 사람은 널 사랑하기에 부족한 못난 놈인가봐…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입술만 씹으며 애꼅게 커피잔고리만 만지작거렸다.

 

처음부터 뭔가 기대한건 없는데 왜 지금엔 이렇게도 실망에 마음이 비여버리는걸가?

이 짧은 길만 걷기에도 난 많은 마음을 잃었다.

한 사람 기억하는것만으로도 난 많은 눈물을 잃었다.

,오늘의 눈물은 널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겠지?

 

그래도,생활이란 다르게 할수 있는것이 참 다행이야.

모든 희로애락은 이제 그 사람과 더 관계가 없을거다.

그리고 너와도 관계도 없을것이고…

 

색바랠건 다 잊어지겠지.

4년동안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나의 고통도 잊어지겠지?

나도 행복해야겠다.정말!

 

"널 사랑했다! "

 

나는 마음으로 한마디 하고 자리를 떠났다.

밖은 보슬비가 출출히 내리고 있었다 .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

너를 두고 나온 커피점 문가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길보다 사랑을 잃었다.

먼먼 4년전부터 잃어버려야 할 사랑을 나의 이 못난 고집때문에 이제야 잃는가보다.바보처럼…

 

우리에겐 사랑의 좌표는 있어도 처음부터 교점은 없었나봐

 

[5]

 

사랑은 한사람만의 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그래서 아름다운거라고…

 

바보,넌 거짓말쟁이야…

 

사랑의 결과가 결정된 순간부터 이미 사랑의 자격을 잃어린것 같다.

그리고 아프기 시작한것 같다…

 

[6]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보내온 메세지!

 

"2년전,그 사람 떠나 갔어…"

 

[7]

 

찬비속에 아린 바람이 얼굴을 무정하게 때린다.

 

올해 가을은 아주 짧았다.

기억초차 아주 아팠다.

 

B시를 떠나는 뻐스, 흔들리는 차창,나는 또 메슥메슥 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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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가을을 우는 낙엽의 흐느낌이다.

가을이 오니 추억이 사라진다.

 

- 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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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 2009/09/30 20:39 | KIMagazine

 

한 남자의 향기를 입에 묻힌채 그녀는 내 품에서 잠자고 있다.

분명 한 남자의 향기다.

2년전 그날밤, 난 한 남자를 만났었다.

2년후 오늘은, 그녀가 비수처럼 퍼런 날을 세워 나에게 똑같은 피 비린 복수를 하고 있다.

왼쪽 심장이 꿈틀해난다.

피가 흐른다.

그녀의 가엷은 질투가 금시 내 손을 붉게 물들인다.

미친듯이 아주 미친듯이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 입술이 닿아갔다.

그리고 말라버린 질주를 했다.

문득 한 남자의 우뚝 선 페니스가 생각났다.

싫지 않았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내가 아프다.

내가 아프다.

 

그녀와 나는 똑같은 꿈속을 걷고 있었다.

이제 꿈속에 키스를 묻어 두어야 했다.

 

 

글/김혁,포토/F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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